흔들리는 달러 상호 결제 외치는 푸틴 통화 전쟁의 서막?
흔들리는 달러 상호 결제 외치는 푸틴 통화 전쟁의 서막?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한 나라 미국.
이 나라가 세계 최강 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건 ‘달러 패권’이에요.
미국 달러가 대부분의 무역과 금융 거래에 사용되는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경제를 장악하게 됐다는 거죠.
그런데 공고했던 달러 패권이 조금씩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러시아 등 국가들이 달러의 독보적 권위를 흔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지난 달에 일부 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진 ‘페트로 달러 협정 만료’ 소식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어요.
우선 페트로 달러 협정을 한번 정리해 볼게요. 페트로 달러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974년에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협정이에요.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져 주고,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는 원유를 팔 때 달러만 받겠다는 내용이죠.
막대한 양의 석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협정으로 이때부터 모든 석유 거래에는 달러를 사용하게 됐어요.
이미 미국과 사우디는 석유 개발을 통해 오래전부터 가까워진 사이였기에 이런 협정이 체결될 수 있었어요.
1938년 사우디에서 먼저 석유를 발견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국가가 미국이었어요.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아람코(Aramco)’라는 회사를 세워서 석유 개발을 했고, 이 기업은 현재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사우디 정부의 국영기업이 됐어요.
석유 개발로 가까워진 두 나라는 페트로 달러 협정을 통해 더욱 공고한 동맹으로 거듭났어요.
이 협정은 달러가 사실상의 ‘세계 통화’로 자리 잡는 데에 큰 역할을 했고,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더 강하게 만들었어요.
미국 달러가 완전히 사우디 덕에 힘을 얻은 건 아니에요.
미국 달러는 이미 2차 세계대전(1939~1945)이 끝난 뒤부터 기축통화의 역할을 했지만 1971년에 한 차례 위기를 맞았고, 이때 페트로 달러 협정이 큰 역할을 했죠.
1971년까지 미국 달러가 영향력을 유지한 방법은 ‘금본위제’였어요. 금본위제란 화폐를 일정한 양의 금의 가치와 연동시키는 제도예요.
화폐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방식이죠.
1971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도 35달러당 금 1온스를 교환해 주는 금본위제를 채택했어요.
달러를 가져가면 언제나 금으로 교환해 준다고 미국 정부가 약속한 셈이니, 세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세계 통화 체제는 달러 중심으로 굴러갔어요.
다른 국가들의 화폐는 일정 금액의 달러로 교환되고, 달러는 금과 연동되는 체제였던 거죠.
그런데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당시 미국의 경제가 어려웠고, 늘어나는 달러를 교환해 줄 금도 점점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닉슨 대통령의 금본위제 포기는 ‘닉슨 쇼크’로 불릴 만큼 달러의 위상을 흔들었어요.
하루아침에 금으로 교환할 수 없는 화폐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때 미국이 생각해 낸 방법이 페트로 달러 협정이에요.
모든 나라가 사용하는 석유를 달러로 거래하게 만들면, 계속해서 달러를 사용하게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죠.
실제로 사우디와의 협정으로 페트로 달러 체제가 확립되며 미국 달러는 위기를 넘기고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