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해 둔 차량 들이받혔는데 내게도 사고 과실이?
주차해 둔 차량 들이받혔는데 내게도 사고 과실이?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은 곳을 방문했을 때 인접도로에 차를 세워둔 경험 한번씩은 해보셨을 겁니다.
아직 운전이 미숙한 때라면 평형주차를 하느라 진땀을 꽤나 흘릴만한 상황입니다.
도로 가장자리에 깔끔하게 차를 붙여 주차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언제 뒤에서 다른 차량이 달려와 경적을 울려댈지 모르기 때문이죠.
도로에 주차할 때 차를 가장자리에 세워야한다는 것은 법에 명시(도로교통법 제34조)돼있을
정도로 강력한 규정이어서 운전자분들께서는 특히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이렇게 공들여 길가에 세워둔 차량을 누군가 와서 들이받는다면 사고과실은 어떻게 될까요?
짐작하시는대로 주정차중인 차량은 과실이 전혀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손해보험협회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도 “추돌사고의 경우 기본적으로 선행차량인 피추돌차량은 과실이 없고,
추돌차량의 전방주시 태만 및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하여 발생하므로 추돌차량의 일방과실로 보아 양 차량의
기본 과실비율을 0:100(주정차차량:가해차량)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 상황에서는 주정차 차량에도 과실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생활에 도움되는 도로교통법 지식을 전하는 연재기사 ‘도통(도로교통법) 모르겠으면’ 이번 회차에서는
주정차 차량에게 교통사고 과실이 부과 판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도로교통법 제37조에는 주차중에도 전조등, 미등 등을 반드시 켜둬야 하는 상황들이 규정돼있는데요.
많이들 모르실만한 규정은 ‘밤(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에 도로에서 차 또는 노면전차를 운행하거나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도로에서 차 또는 노면전차를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에 차량등을 켜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밤중에 주정차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항이죠.
지난 2019년 대법원의 판결(2016다259417)도 이같은 조항을 적용해 정차 차량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가해차량 운전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287%의 만취 상태에서 정차 차량을 들이받아 피해자들 가운데 사망자까지 나온 사례입니다.
더욱이 판결문에서도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일몰 이후라도 인공조명 없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이른바
시민박명 상태였던 점은 인정”한다고 할 정도로 주정차 차량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그럼에도 대법원은 “대낮에도 점등을 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 사이의 식별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점에 비추어,
비록 시민박명 상태라고 할지라도 피고차량들이 도로교통법에 따라 점등을 하였을 경우 그 식별력이 현저히
증가함은 당연하다”며 정차 차량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가해차량 운전자가 만취상태였던 점에 대해서도
“점등을 하였을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가해자가 보다 멀리서 피고차량들을 발견하거나
그에 따라 감속 등의 조치를 취하였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