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 상승이 자산시장에 갖는 의미
엔화값 상승이 자산시장에 갖는 의미
지난 한 달간 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서 극적인 사건들이 잇따랐다.
6월 말 첫 TV 토론 직후 대선 경쟁력이 땅에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출마 포기 압박이 커졌고, 그는 마침내 7월 21일 재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후보 지위가 현직 부통령 카밀라 해리스로 넘어가는 것은 확정적이다.
바이든의 하차 및 해리스 지지 선언 직후 민주당으로 기록적 후원금이 쇄도한 데서 보듯, 옳은 결정임을 방증했고 민주당은 결집했다.
트럼프의 우위가 뒤집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접전 가능성이 증가했다.
민주당의 후보 교체 이후 이뤄진 초기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고 7월 30일에는 7개 경합주에서 해리스가 오차범위 내 우위라는 결과도 나왔다.
추락하던 엔화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트럼프가 광범위한 사안에 대해 인터뷰(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한 내용이 7월 18일 아침 공개됐는데
일본 엔화를 콕 찍어 약세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표출했다.
마침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도 앞다퉈 엔화 약세에 우려를 표하고 일본중앙은행(이하 BOJ)에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라고 주문하면서, 그간 엔화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일본의 내외 금리차 축소가 엔화의 반등을 정당화하는 가운데, 이런 외부적 압력이 임팩트를 더하자 마침내 시장이 대거 돌아섰다.
누적됐던 엔화 매도 포지션이 역풍을 맞고, 7월 24~25일 양일간 외환시장 전반에 영향이 파급되면서 저금리 통화인 위안화 가치도 급등했다.
반대로 고금리 통화인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등은 급락했다.
결국 통화간 금리차로 수익을 노리는 외환시장의 전형적 거래 패턴인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철퇴를 맞은 것이다.
그런데 달러·원 환율은 왜 이 와중에 별 반응이 없었을까? 원화는 저금리도 고금리도 아닌 어중간한 금리의 통화이기 때문이다.
7월 11일부터 2주일간 미 달러화 대비 최대 6.5% 상승한 엔화의 진격은 일단 7월 25일을 고비로 한풀 꺾이는 듯 했지만
7월 마지막 날(31일) 4개월 만에 단행한 BOJ의 금리 인상으로 한발짝 더 나갔다.
엔화가 변곡점을 지난 것이라면 엔화가 앞으로도 탄력적으로 오를까?
보다 중요한 것은 엔화가 미-일 금리차에 민감한 고유의 특징, 그런데 일본 BOJ가 금리를 많이 올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 변수보다는 미국 금리가 엔화를 좌우할 보다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 금리 인하는 지연되고 있고, 멀리 보면 국채 금리도 많이 내리기 쉽지 않다. 향후 엔화가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투자자로서의 기대치는 낮출 필요가 있다. 7월 중순 이후의 엔화 강세 ‘속도’는 지속되기 어렵다.
또 명심해야 할 사실. 엔화의 움직임이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금융의 속성상 자산시장에 투자되는 자금은 기본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거래가 많다.
레버리지를 일으킬 때,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통화가 엔화다.
1)유동성이 좋고 2)금리가 낮으며 3)통화가치가 하락하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대표적 통화로 엔화가 첫 손에 꼽혔기 때문이다.
엔화로 조달된 자금이 외환시장을 거쳐 고금리 통화로 표시되는 글로벌 자산에 투자되는 메커니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