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있으시죠 250만원 물리치료 밥먹듯
실손 있으시죠 250만원 물리치료 밥먹듯
“실손(실손의료보험) 있으시죠?”
김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A의원의 상담실장은 250만원을 내면 10회에 걸쳐 울퉁불퉁한 허벅지의 셀룰라이트를 체외충격파로 제거하는 체형관리 패키지를 권했다.
이어 “진단서 병명은 두통으로 기재해서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하도록 서류를 발급해주겠다”고 귀띔했다.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3대 물리치료가 동네 병원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물리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을 다루는 정형외과 뿐 아니라 모든 진료과목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들 물리치료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다.
의사가 건강보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료비를 정할 수 있고, 환자는 보험사에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보험금을 손쉽게 탈 수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과잉 진료와 의료쇼핑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매일경제가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의 5년치 실손보험을 분석한 결과
작년 1차 병원의 비급여 물리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은 4268억원에 달해, 2018년보다 194.7%나 늘었다.
1차 병원은 ‘○○의원’이란 간판이 달린 동네 병원 등을 말한다.
반면 2차 병원(종합병원 등)에서 발생 보험금 지급액은 5069억원으로 증가율은 57.4% 그쳤다.
3차 병원(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지급액은 34억원으로 증가율은 14.3%에 머물렀다.
작년 지급액을 2021년과 비교하면 2·3차 병원은 줄었지만, 1차 병원은 5.5% 가량 증가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1차 병원은 경증 환자가 찾기 쉽고 비급여 진료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비급여 의료비가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물리치료는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26개의 모든 진료과목에서 취급하고 있다.
치과와 한방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4대 손보사 분석결과 작년 피부과의 물리치료 비급여 지급액은 7억6000만원으로 5년전에 비해 1379.5% 늘었다.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지급액도 30억원으로 705.7%나 증가했고 성형외과는 27억3000만원으로 400.9% 늘었다.
이 밖에 금액은 크지 않지만 성형외과 (400.9%), 소아청소년과(374.4%), 치과(341.6%), 안과(267.1%), 가정의학과(151.1%) 등도 증가율은 높았다.
물리치료가 많이 이뤄지는 정형외과에 대한 지급액은 4484억원으로 5년새 113.8% 늘었다.
한방병원의 증가율은 66.3%였다.
특히 피부과와 성형외과, 한방병원 등에서 몸매 관리에 관심이 많은 여성을 상대로 실리프팅, 스킨부스터,
여드름 등 미용 목적의 시술에 도수치료 등 물리 치료를 끼워넣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승무원 피부과로 유명한 곳에서 도수치료를 받고 얼굴에 탄력이 생겼다’ 는 등 후기가 넘쳐나고 ‘도수치료 맛집’이란 해시태그도 달릴 정도다.
다른 동네 병원에서도 ‘바른 자세로 교정하면 키가 5㎝ 더 크고 학습능력이 향상된다(소아청소년과)’,
‘시력이 좋아지고 눈의 피로가 사라진다(안과)’, ‘산전·산후 림프 순환을 돕는 여성 도수치료사 상주(산부인과)’ 등의 광고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체외 중격파와 증식 치료도 남용이 심각하다. 경기도의 H의원은 ‘필라테스를 활용한 도수 운동’ 프로그램과 함께
‘체외충격파 한 부위당 ○만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P한의원은 통증 경감 효과를 높이려면 도수치료에 체외충격파를 병행하라고 권한다.
50대 김 모씨는 두 아들과 2016년부터 작년까지 지속적으로 증식 치료를 받아 총 3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병원들은 김씨가 실손보험을 2개 보유하고 있어 회당 35만~38만원씩 비급여 금액을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