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 1272억 은행 배상은 1만분의 1
보이스피싱 피해액 1272억 은행 배상은 1만분의 1
올해부터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 사고 피해에 대해 소송 없이 은행 자율배상 절차로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상반기만 놓고보더라도 피해액 1272억원에 달하는 반면 배상액은 1594만원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문자 URL을 통한 은행 애플리케이션 해킹 등
일부 전자금융사고 사례로 한정돼 배상가능한 피해자가 제한적이고 피해 환급 절차도 2~3개월로 늦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김현정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8352건, 피해액은 127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 1~8월 은행권 자율배상제도를 통해 배상 완료된 금액은 1594만원, 건수로도 15건에 불과했다.
앞서 금감원은 비대면 보이스피싱 사고 발생시 금융회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자율배상 제도를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체 피해금액 중 피해환급금(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 후 채권소멸 등
환급절차를 거쳐 환급받은 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은행의 사고 예방노력과 소비자의 과실 정도를 고려해 일부 은행이 배상하도록 한 것이다.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배상 완료건수는 물론이고 신청건수조차 저조한 이유는 배상 대상자가 애초에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제도를 통해 배상받을 수 있는 대상은 계좌 비밀번호, 인증서 등 접근매체 위변조 사고,
전자적 장치 또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거짓 등으로 접근매체 이용해 발생한 사고 제3자가 개인정보를 알아내 자금을 송금·이체한 사고뿐이다.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사례인 제3자가 피해자의 가족·지인 사칭·협박으로 직접 송금을 유도하는 사고나 중고거래 사기,
로맨스피싱(연애를 미끼로 한 금전 갈취) 등은 모두 구제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은행에 관련 상담을 요청해도 실제 배상신청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소수다.
김현정 의원실에 따르면 올 1~8월 19개 은행에 접수된 은행 자율배상제도 관련 상담건수는 847건이었지만 실제 배상신청된 건은 165건에 머물렀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통해 상담을 진행한 피해자 다수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실제 배상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배상시기가 늦어지는 것 역시 배상금이 적은 이유다.
책임분담기준에 따른 배상은 은행 사고 조사 후 최종 결정되고 따라서 실제 지급까지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된다.
은행들은 매달 협의회를 열어 배상금액을 확정하고 있지만 고객 기대만큼 빠른 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6월부터 관련 신고 접수자에게 2번에 걸쳐 문자(SMS)로 신고접수 및 피해환급금 제공 시 알림을 보내는 등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어 배상신청 건이 증가하는 추세다”고 했다.
배상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제도를 악용한 새로운 범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대안을 모색 중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