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너무 오르자 비축 품목에 사과 넣는다는 정부
가격 너무 오르자 비축 품목에 사과 넣는다는 정부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유통폭리가 지목되면서 정부가 사과 수급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민간이 대부분의 물량을 관리하는 구조로, 도매상과 유통사가 사실상 모든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다. 사과값이 치솟을 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내 사과물량을 관리하게 된다면 가격 급등때 신속히 물량을 풀어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사과를 정부비축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비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농산물을 사들여 보관하는 제도다.
국내 생산품을 매입하는 수매비축과 외국산 농산물을 사와서 보관하는 수입비축으로 나뉜다.
정부비축 품목에 대한 수급관리가 필요할 경우 정부는 비축분을 시장에 방출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비축제도 운영 재원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에서 충당한다.
정부 관계자는 “(사과의 정부비축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사과는 정부비축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정부비축사업 관리규정에 명시된 대상 품목에는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규정에 따르면 비축 대상은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품목일 경우 또는 국제협상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수시로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
정부가 농가와 계약해 재배하는 물량의 경우 정부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기준 4만9000t으로, 전체 물량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사과 저장 물량을 20만3000t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농업관측센터와 생산자단체, 주산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민간 창고의 보관·방출 물량을 파악하고 있지만
물량에 관한 전권(全權)이 없는 만큼 100%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생산자의 분산 출하를 유도하는 것 역시 권고에 불과할 뿐 강제성은 없다.
정부가 사과의 정부비축을 검토하는 것은 민간 유통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사과값 상승에는 기상 악화와 함께 유통 폭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022년 11월 유통 단계별 사과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과 주산지인 경북 영주에서 서울 가락시장까지 가격은 3배 넘게 뛰었다.
사과 1kg의 생산자 수취가격은 1850원이었는데, 운송비와 포장비, 수수료 등이 붙으며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2900원으로 설정됐다.
이후 배송료와 간접비 등이 추가되면서 중도매인 판매가격이 3900원으로 상승한 데 이어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내야 하는 소매상 판매가격은 5850원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