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팝니다 1500곳 쌓였지만 99%는 주인 못찾고 폐업 수순
中企 팝니다 1500곳 쌓였지만 99%는 주인 못찾고 폐업 수순
7만원 과자 도 한몫했다 엔데믹 후 첫 여름휴가 3가지 키워드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할 것이냐, 회사를 매각할 것이냐.
기업의 운명을 가를 선택의 기로에서 수년간 고민해왔던 국내 한 중소 완구업체 대표는 최근 승계도 매각도 아닌 폐업을 결정했다.
국내 한 인수·합병(M&A) 플랫폼 운영기관에 회사 매각을 의뢰한 지 2년여 만이다. 수년간 매수인을 찾지 못하자 결국 회사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이 완구업체 대표는 “2세가 사업에 관심이 없고 전문경영인 영입에도 끝내 실패했다”며 “인수할 만한 규모의 회사도 나타나지 않아 폐업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점점 더 많은 중소기업이 상속세 부담 등으로 승계 대신 제3자 매각을 선택하며 M&A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주인을 찾는 기업은 소수다. 마지막 퇴로인 M&A마저 막힌 대다수 중소기업에 남은 유일한 선택은 폐업이다.
수년간 어렵게 축적한 기술·경영 노하우가 사장되고 고용 인력 유지도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M&A거래정보망에 등록된 매도 희망 중소·벤처기업은 줄잡아 1561곳에 이른다.
올 상반기(1~6월)에만 전년 하반기보다 142곳이 늘었다. M&A거래정보망은 팔기를 원하는 기업들이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관심 있는 기업들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격월로 등록된 기업의 수와 업종에 관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상속세 부담 등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자 부도나 강제
구조조정만은 피하려는 중소기업들이 M&A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부실기업만 매물로 나오는 게 아니다.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알짜 기업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2세 승계를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승계 문제로 향후 M&A시장에 나오는 중견·중소기업 매물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고령의 창업주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이 전체의 38%에 이른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승계를 목전에 둔 중소·중견기업이 국내에 적지 않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가업을 물려주지 못하면 M&A가 진행돼야 폐업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진행하는 초대형 M&A와 달리 중견·중소기업 간 M&A는 서로 상대방을 만나지 못해
초기 단계에서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순수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한국M&A거래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만여 개에 달하는 기업이 M&A시장에 매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새 매수인을 만나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는 300~400건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M&A를 중개·주선하는 다른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손잡고
운영 중인 M&A거래정보망도 실적은 미미하다. 1500여 개에 이르는 누적 등록 기업 가운데 거래가 성사된 사례는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매각을 원하는 중소기업에 매수자를 알선해주는 지원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의 M&A를 중개하는 지원센터를 운영했지만 사업 효과와 실효성 논란 끝에 2013년께 폐지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여전히 민간에 주도권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M&A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 규모가 작은 M&A의 경우 민간 시장에서 비교적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M&A거래소 관계자는
“중개업체들은 매각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재무 상태와 신용 위험, 소송 관련 여부 등을 파악한 뒤 관심 있는 매수자가 나타나면 연결해주고
수수료로 매매가의 3%를 받는다”며 “거래 규모가 작을수록 M&A 매각 자문 수수료가 적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 간 매칭이 매우 어렵다”고 꼬집었다.
매도 기업과 매수 기업 간 이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기업가치평가 모델도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비상장 중소기업은 영업이익과 매출액 등 평가가 가능한 재무실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성장성 등 무형자산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신뢰할 수 있는 평가 모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