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해줄 것처럼 문자보내더니 승인거절
금리인하 해줄 것처럼 문자보내더니 승인거절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주거래 ㅇㅇ은행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낸 금리인하 요구권 안내를 받았다.
A씨는 메시지를 받고 기대에 부풀었다. 종전과 다른 내용이었던 것.
이전엔 ‘소득, 신용도 상승, 당행 수신거래 증가(급여이체 실적, 총수신 평잔)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 이상 충족하면 금리인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안내였지만
이번엔 ‘당행 내부신용등급 상승이 예상되는 고객 대상으로 발송된 메시지입니다’라고 적혀 있어서다.
A씨는 소득이 올랐고 신용도도 개선된 터여서 연 6%대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낮출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연간 4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내는데 이참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금리인하를 요구한 A씨는 ‘승인 거절’이라는 결과에 낙담했다.
이후 승인 거절 이유를 본 A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소득 등 ‘신상성보 미개선’.
급여이체, 지로이체 등 ‘당행거래 정보 미개선’은 A씨에게는 해당하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은행을 직접 방문해서 금리인하 요구 승인이 거절된 이유를 자세히 듣고 싶다고 했지만 은행 직원은 모호한 답변만 했다고 한다.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지며 은행권이 지난해에만 이자장사로 60조원 가까이 벌어들인 가운데 금리인하 요구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일부 은행은 마치 금리인하를 해줄 것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가 실제 신청하면 거절해
불만을 자처하는가 하면 금리인하 수용 불가에 대한 모호한 설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리인하 요구 승인 거절에 대한 설명이 과거보다 세분화 됐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인하 요구권 안내 방식도 불만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금리인하 요구권에 대한 수용률 자체가 낮은 게 고금리 속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을 높이고 있다.
은행연합회 최신 공시를 보면 주요 은행들의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신용)에 대한 금리인하 수용률은
신한은행 43.8%, KB국민은행 30.3%, 하나은행 33.5%, 우리은행 23.3%로 집계됐다.
이들 4대 은행의 평균 금리인하 수용률은 32.7%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신한은행(33.1%)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금리인하 수용률이 더 낮아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케이뱅크 23.3%, 카카오뱅크 26.8%, 토스뱅크 18.3%로
카카오뱅크(24.2%)를 제외하면 모두 1년 같은 시기보다 금리인하 수용률이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은행권은 이자로만 60조원을 벌어들였다. 금융감독원의 ‘2023년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을 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5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2000억원 늘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대출자가 취업이나 신용점수 상승, 승진, 소득 증가, 정규직 전환 등으로 상환
능력이 개선되면 대출금리(리볼빙 수수료 포함) 인하를 금융사에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2019년 6월 법제화된 후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개선됐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금융사 영업점, 앱,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금융사는 10일 이내 그 결과와 사유를 전화, 서면, 문자메시지, 이메일, 팩스 등의 방법으로 안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2022년 8월부터 은행 등 금융사들의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운영 실적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 교수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경기회복 지연으로 서민들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고통 분담을 위해 금리인하 요구 수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