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요즘 푹 빠졌다는 박물관 굿즈
2030이 요즘 푹 빠졌다는 박물관 굿즈
이혼 후 끔찍한 돼지도살 스캠에 신고 접수만 2천건 이상
“취객술잔 품절이예요. 다음 입고 때 와주세요.”
국립중앙박물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 관계자의 말이다. 입고일에 맞춰 오픈 시간에 방문해야 상품을 구할 수 있다는 팁도 잊지 않았다.
단순한 술잔에 아이디어를 더한 상품이 이곳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비가 그려진 술잔에 차가운 술이 닿자 이내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물든다. 술 한 잔 걸쳐 기분이 좋아진 그야말로 ‘취객’의 모습이다.
선비의 얼굴에는 온도가 낮아지면 붉은색이 나타나는 ‘시온 안료’를 입혔다.
잔에 그려진 선비의 모습은 조선시대 화가인 김홍도의 작품 ‘평양감사향연도’ 속 취객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평양감사향연도는 대동강 일대에서 열린 평안감사의 취임 기념잔치를 그린 그림이다.
취객술잔을 비롯해 금동대향로, 반가사유상 등 유물을 모티브로 한 상품들이 박물관 굿즈(Goods·상품)로 제작되고 있다.
뮤지엄 굿즈라는 뜻에서 ‘뮷즈’라고도 불리는 이 상품들이 최근 2030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교과서에만 등장하던 문화유산이 하나의 기념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2004년 재단 설립 이래 지금까지 제작된 굿즈가 총 5000~6000종에 달한다. 현재 판매 중인 상품은 약 1000종이다.
국보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본뜬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대표 인기 제품이다.
반가사유상을 색색의 파스텔톤으로 제작한 상품으로 2020년 출시 이후 3만개가 넘게 팔렸다. 이는 최근 10년간 출시된 굿즈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이 상품은 반가사유상 2점을 나란히 전시해 넓은 공간을 비움으로 채운 ‘사유의 방’ 전시와 맞물려 주목받았다.
특히 그룹 BTS의 리더 RM이 이 미니어처를 소장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1월 출시된 미니어처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개당 9만9000원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인기 색상인 ‘골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특히 미니어처에 인센스 스틱으로 향을 피우는 것도 가능해 실제 ‘향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
굿즈 판매량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립박물관에서 판매된 굿즈 매출액은 149억원으로 전년 117억원에서 무려 30% 급증했다.
굿즈 열풍에 힘입어 박물관을 찾는 시민도 증가세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에 있는 소속 박물관을 다녀간 관람객 수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관계자는 “전시를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굿즈를 통해 문화유산을 계속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본다”며
“굿즈의 인기는 이런 소장욕구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본인의 가치 소비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화, 십이지신 등 아직 상품화하지 않은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상품 개발에 나설 예정”이라며
“박물관의 미래 문화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굿즈의 개념을 넘는 문화유산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