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민간부채 GDP 대비 225
치솟는 민간부채 GDP 대비 225
2008년 금융위기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민간부채가 위험 수준까지 불어났다는 경제학계 경고가 나왔다.
민간부채는 지난해 나라 경제 규모(GDP·국내총생산)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국내 대표 경제학자들은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대거 발표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와 팬데믹의 양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간부채가 양적으로 급증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신 위원 분석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25.6%다.
전 세계(156.6%)는 물론 선진국(160.3%), 신흥국(150.6%)과 비교해도 크게 높다.
민간부채는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취약차주 대출 위험이 고개를 들고, 기업 부문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뛰면서다.
정부 재정 압박에 한국전력공사, KDB산업은행 같은 공기업의 건전성까지 줄줄이 무너질 수 있어 총 부채 억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날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공기업·금융기관 부채의 상호 연관성과 정책 제언’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을 인용해 “저출생·고령화로 정부부채가 폭증할 것”이라며
“2070년 합계출산율을 1.02명으로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3%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다.
황 연구위원은 “재정 건전성 악화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공기업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연쇄 효과를 초래한다”며
“공사채와 공기업의 은행 대출을 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해 국회에서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사채·공기업 대출은 실질적으로 정부가 보증하지만 국가보증채무에서는 빠져 있다.
이 사각지대를 메워 예·결산 심사권이 있는 국회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업·금융기관의 정부 의존도를 줄여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처방도 내놨다.
산은,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과 한전 같은 공기업은 유사시 정부가 결손을 보전해주는 지급 보증 혜택을 받는다.
일례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산은의 최종 신용등급을 정부와 동일한 ‘Aa2′(상위 3번째 등급)로 매기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요인을 걷어낸 독자 신용등급은 9단계 아래인 ‘Ba2’로 정크본드(투기 등급) 수준이다.
민간부채 문제가 신용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꺾였지만,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의 대출과 연체율이 늘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25.6%(지난해 2분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3위로 높다.
취약 부문에서 빚이 증가하는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2조원인데,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비중이 각각 12.3%와 3.5%로 꾸준히 늘고 있다.
패널로 참석한 노영우 매일경제 국제경제전문기자는 “자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빚을 냈다가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