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도 중고거래 안된다고? 막나가는 명품들 콧대 부러진 사연
내돈내산도 중고거래 안된다고? 막나가는 명품들 콧대 부러진 사연
한정판 신발을 수집하는 30대 직장인 김희원씨(가명)는 올해 초 지인들에게 애장품들을 모두 팔았다.
주로 구매하던 나이키 브랜드가 지난해 10월 사실상 ‘리셀’을 금지하는 약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이키 스스로 리셀 시장을 조장한 측면도 있으면서 이를 문제 행위로 몰아가는 것 같아 앞으로 관심을 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김씨와 같은 한정판 브랜드 수집 애호가들에 대한 판매자들의 재판매 금지 같은 ‘갑질’이 일부 사라지게 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선호 현상이 늘어나면서 리셀 시장이 급격히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재판매 금지’를 규정한 주요 명품 브랜드의 불공정 약관 시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나이키와 샤넬, 에르메스 등 3개 브랜드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재판매 금지 조항과 저작권 침해 조항, 사업자 면책 조항 등 10개 유형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대표적 불공정 약관으로는 고객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경우 계약취소나 회원자격 박탈 등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리셀 금지’ 조항이 꼽힌다.
나이키는 ‘귀하의 주문이 재판매 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당사가 믿는 경우 판매 및 주문을
제한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권한이 있다’는 문구를, 샤넬은
‘구매패턴 상 재판매 목적이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뒀다.
공정위는 구매 이후 제삼자와의 계약을 무조건 제한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매한 물건의 처분 결정 권한은 구매자에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매 목적의 구매인지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 없이 사업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한 점도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고객의 상품평 등 소비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회원 동의 없이 회원의 게시물을 수정하는 등 편집할 수 있게 하거나,
회원의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판매자와 구입자 간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고 사업자의 모든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과 포괄적
사유에 의해 판매자가 자의적으로 계약이나 주문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 등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다.
명품업계에선 재판매 목적의 구매를 막기 위한 제한 조치들이 풀리면서 ‘당근마켓’이나 중고 명품 플랫폼 같은 리셀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 재판매 업자들이 활개를 칠 길이 열리며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명품 리셀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명품 브랜드의 독특한 판매·유통 전략 때문이다.
이들은 ‘한정된’ 수량만을 공급하는 동시에 가격을 꾸준히 올리면서 ‘오늘이 제일 싸다’는
명품 리셀테크 신화를 소비자에 심어준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다.
매년 수차례 가격을 인상한 샤넬은 올해 3월과 5월 클래식 플랩백 등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을 올렸고 지난달에도
일부 신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매장에 공급되는 수량이 한정적이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특정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웃돈을 좀 더 주더라도 리셀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수량이 제한된 인기제품들은 더욱더 진열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롤렉스 등 명품 시계의 인기 브랜드들은 현재 진열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매장 직원과 친분이 없으면 아예 상품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이에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들의 소비 흐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에서의 불공정약관을 모니터링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