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플레이어가 계속 바뀌고 있다
경매시장 플레이어가 계속 바뀌고 있다
경매시장 한정으로 봤을때, 예전에는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해준다→부실이 나면 여신관리부에서 채권 관리하다가 법원에 경매 접수한다→배당 받아 채권 회수한다’ 이런식의 초단순한 프로세스였습니다.
그런데 버블세븐과 리먼사태를 경험하며 부실채권이 급증하자,
2008년 말 이후 유암코를 비롯한 부실채권 관리 회사 및 기관들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AMC(자산관리회사)가 설립되고 부실채권을 담기 위한 SPC가 설립되면서 경매시장에서는 ‘유에스제몇차’라는 이름으로 채권자가 경매시장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변화를 발빠르게 감지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시장에서 날아다녔고, 단순 입찰을 준비하던 저는 매번 패찰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부실채권을 활용해 입찰한 분들과 단순 입찰을 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반발 늦게 NPL 회사로 넘어갔더니 이쪽도 서로 채권 뺏고 빼앗기는 아사리판이라 별의별 기획상품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소위 ‘연체이자 +3% 룰’이 생기기 전에는 1000만원짜리 대출 하나 저금리로 고객에게 넣어주고,
연체되면 바로 앞에 채권 다 털어 먹는 약탈적 성격의 상품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상품도 끝이 좋지 않았다는 겁니다.
욕심을 너무 부리다 보니 지방에 회수가 다소 어려운 담보에도 나가고 한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하면서 해당 회사가 자금경색에 시달렸습니다.
또 금융사에서는 법정대위변제를 채무자 동의를 받아와야 하게끔 바꾼 경우도 있었습니다.
초반 쉽게 돈을 벌 것 같았던 약탈적 상품도 어느 순간 먼지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던 지난 정부 때는 대부업체가 영업하기 참 좋았던 시절입니다.
LTV를 40%로 제한하니 은행에서 돈 빌릴 수 있는 고객들도 어쩔 수 없이 대부업권으로 넘어왔고요.
KB가 15억원 넘는 아파트는 아예 대출 못 받게 막아버리니 또 넘어오고, 다주택자 대출 못 받으니 또 넘어오고 이런 식으로 고객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왔습니다.
2017년부터였을 겁니다. 대부업체들은 자고 일어나면 성장했고,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대부업체에서 8%만 제안해도 돈이 미친 듯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대출 필요한 고객 넘치지, 투자 자금 넘치지, 증권사나 일반 회사원 출신도 앞다퉈 대부업 창업에 뛰어듭니다.
한때 전국 대부업체 숫자가 1만 개가 넘을 때도 있었으니 말 다했지요.
이 와중에 일부 P2P가 엄청나게 대단한 기술처럼 포장되어 업권에 들어오는데요.
일부는 잘 했지만 일부 회사는 이를 가지고 사기를 치는 혼탁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지만 소득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많은 고객들이 ‘롤업(대환대출)’을 위해 대부업체를 더 찾아오게 되었죠.
대부업권에는 다들 아직 돈이 넘치다 보니 계속 경쟁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LTV 88%’까지 찍어주는 시장이 된 것이 바로 이때입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저금리 시절도 끝이 있었습니다.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미국은 미친 듯이 금리를 올리게 됩니다.
대한민국은 선순위 금융권 대출 대부분을 변동금리를 쓰는 나라답게 직격탄을 맞고 맙니다.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어떻게든 이자를 내던 고객들도 시장이 다소 주춤하니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고객이 이자를 안내니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를 못 내는 대부업체가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은 2000억원을 굴리던 대표도 도망가는 처지가 됩니다.
버티고 버티던 대부업체들이 두 손 두 발 다 든 것은 2022년 6월부터입니다.
그때부터 6개월은 대출 자체가 거의 안 나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량 담보인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와중에 대출을 내주는 용기있는 대표는 왕초보 말고는 없었을 테지요.
경험치가 축적된 대표님들은 이미 채권 정리하고 장기 휴가 떠났다고 예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