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필요성 대두 한은의 신중한 선택
금리 인하 필요성 대두 한은의 신중한 선택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기준금리를 현행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발 글로벌 통상 마찰의 파급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관세 협상 진행 여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환율 등 금융시장 주요 변동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현재 크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앞서 신중히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경기 역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둔화 분위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1분기 경기 부진과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로 인해 성장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하며
미국 관세정책 변화, 정부의 경기 부양책 추진, 환율 흐름 및 가계대출 동향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시작된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한국은행은 명확히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기준금리를 2.75% 아래로 낮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5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기 상황이 심각한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경제상황평가’ 보고서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
대형 산불 및 건설현장 중단 등 예상치 못한 부정적 충격이 성장세를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분기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0.2%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 취업자 증가세 둔화 등 실물 경제 전반의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미국 관세정책 변화와 협상 결과 등이 남아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성장률이
얼마나 더 낮아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지난 2월의 성장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로부터 올해 성장률 전망치(1.5%)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암시했다
또한, 정부가 계획 중인 추가경정예산 역시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재는 “12조 원 규모의 추경이 경기 회복에 미치는 효과는 약 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정책 대응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지나치게 신중한 접근보다는 더 과감한 선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회의에서 “물가와 성장 흐름을 고려할 때 금리를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며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행조차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고
지난해 2분기 이후 분기별로 역성장과 저성장을 반복해 경기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추경과 통화정책이 함께 시행되어야 침체 탈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 관세 조치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시점에서 선제적 통화정책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