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10년 넘게 부었는데 은퇴거지 될라
1억 10년 넘게 부었는데 은퇴거지 될라
최근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 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부(富)의 확대에 치중했다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격주로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연금테크(연금 + 재테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직장인 김모 씨는 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1억원이 넘는 돈을 A은행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수익률이 예금 이자율 보다도 훨씬 낮은 1%대 후반인 것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전 식사 자리에서 학교 후배가 말한 퇴직연금 수익률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후배가 가입한 B증권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고 문의하니 “현재 고객님이 IRP계좌에서 운용중인 상품을 옮기려면 실물 형태로는 이전이 불가능하다.
기존 상품들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황당했습니다.
이전 계좌에서 투자하던 상품들을 싹 팔고, 새 계좌를 만들면 각종 수수료 등을 다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는 31일부터는 김씨와 같은 직장인도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쉽게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퇴직연금 현물(실물) 이전 제도’는 말 그대로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굴리는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현 상태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400조원에 육박하는 금융권 퇴직연금 시장의 본격적인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 됩니다.
이달 31일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금융사는 전체 실물 이전 대상 44곳중 37곳으로, 적립금 기준 전체의 94.2%에 해당 합니다.
다만, 삼성생명과 하나증권, BNK부산·경남은행, 광주·iM은행과 iM증권 등 7곳은 내년 4월까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국민연금과 더불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요즘 세액공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곧 시행하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과 관련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기존 상품해지(현금화)에 따른 비용(중도해지 금리 등),
펀드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기회비용) 등이 발생 합니다.
그러나 실물 이전 제도가 도입되면 신탁계약 형태의 예금, 이율보증 보험계약(GIC), 주가연계증권·파생결합증권(ELB·DLB 등)을 비롯해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을 금융사만 변경하고 그대로 옮길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