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3.50로 또 동결 11회 연속
한은 기준금리 연 3.50로 또 동결 11회 연속
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금통위에는 퇴임한 조윤제, 서영경 금통위원 자리를 대신해 새롭게 임명된 이수형
김종화 위원이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금통위는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지난해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올해 1월, 2월, 4월에 이어 11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8%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등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2%)을 웃돌고 있는 점 등을 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았다.
한은이 경기둔화 가능성에 선제 대응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현재 사상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간의 금리 역전 차가 더 커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유출 우려 등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돈 점은 금리 인하의 시급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경제는 올 1분기 전기 대비 1.3% 성장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의 약 2배 수준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서프라이즈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2~4분기는 성장이 없이도 연간 GDP 성장률은 2.2%가 된다”며
“2분기 성장은 0%로 두고 3~4분기 성장률만 지난 5년간 전기 대비 평균 수준인 0.5%로 가정해도 올해 성장률은 2.6%로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깜짝 성장 등 지표상 경기가 좋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둘러 진행할 요인이 상쇄됐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이 2.6%, 금융연구원(KIF)이 2.5%로 기존 전망에서 0.4%포인트씩 높인 상황이다.
우리경제에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계 빚은 정부의 관리 강화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2020년 3분기 100% 선을 넘은 뒤 3년 반 만에 90%대로 내려왔다.
한은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82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2조5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1분기 깜짝 성장 등을 반영한 경제전망 수정치도 내놨다.
올해 성장률은 기존 2월에 전망한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2.6%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게 약화된 상황이나, 2~3분기 중 미 고용시장 둔화
물가 상승세 둔화 등을 확인해 나갈 것으로 판단한다”며 “점차 금리 인하 기대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의 경우 “혼재된 경기 상황 지표 등을 고려 시 물가 지표 둔화를 확인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겠지만
고금리 장기화 지속에 따른 내수부진 지속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의 연말 최종 금리 수준은 3.0%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는 점,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선 점
환율이 1300원대 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가 가능한 여건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