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보내준 생활비 어디서 뽑나 ATM 10년새 34% 급감
자식이 보내준 생활비 어디서 뽑나 ATM 10년새 34% 급감
우리나라 4대 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이 전국에 보유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가 최근 10년새 34%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뱅킹 등이 확산되고 핀테크 발전에 따라 ‘모바일 간편결제’
등 다양한 거래 방식이 생겨나면서 현금 사용 필요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영업점과 ATM이 동시에 급감하면서 고령층의 금융소외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령층 중 상당수는 핀테크나 온라인뱅킹에 익숙하지 않고, 현금 사용을 보다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이 4대 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으로부터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보유한 ATM(CD기 포함) 수는 지난 2013년 2만4502대에서 올해 9월 기준 1만6287대로 34%가량 줄었다.
10년새 4대 은행이 보유한 ATM기 3대 중 1대가 사라진 꼴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금지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고,
은행 입장에선 기기를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ATM 수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ATM 유지비용만 연간 대당 1000만원이 넘는 반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ATM기
수수료 면제를 확대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ATM 수의 감소는 현금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각종 택시·고속버스 예약 앱, OO페이·△△페이 등 속속들이 생겨난 온라인
간편결제 시스템이 우리 삶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현금 쓸 일이 점차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용 금액기준 현금 이용 비중은 2013년 34.8%에서 2021년 14.6%로 반토막났다.
반면 핀테크기업이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은 집계를 시작한 2020년 60.8%에서 올해 상반기 67.2%까지 확대됐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40대 이하 연령대에서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경험 비율이 80% 중후반대로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의 ATM 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온라인뱅킹이나 각종 핀테크 기술에 익술치 않고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고령층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방의 경우 일부 가게 등에서는 여전히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데 고령층은
현금을 인출할 ATM기 위치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ATM기에 더해 시중은행의 지역 영업점까지 줄어들어 온라인뱅킹 활용에
미숙한 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을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올해 7월까지 시중은행 5곳(KB국민·농협·우리·신한·하나은행)은 지점 총 651곳을 폐쇄했다.
하나은행이 160곳, 국민은행이 159곳을 폐쇄했고 우리·신한·농협은행이 각각 152곳, 141곳, 39곳을 줄였다.
특히 국민은행은 올해에만 55개의 지점을 폐쇄했다.
유 의원은 “은행의 영업·수익 활동이 금융취약계층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지점·ATM 위치와 이용정보를 휴대폰에서 제공하는
‘금융대동여지도 앱’ 관련 홍보를 강화하고 서비스를 좀 편리하게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