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폭락에 가만있던 코코아값에 무슨일
원화값 폭락에 가만있던 코코아값에 무슨일
달러당 원화값 하락 여파가 한국 경제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수입 원재료 사용이 많은 식품업계는 내년 사업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 현지투자를 늘린 반도체와 2차전지 업계는 외화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민생 전반에도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안정적 외화수급이 다급해지자 정부는 대외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묶어 두었던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원화값 하락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내년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 어떤 역풍을 맞을지 몰라 우려하는 곳도 다수다.
빼빼로와 가나 등 초콜릿을 많이 사용하는 롯데웰푸드는 지난 10월부터 세워둔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재료 비용 계산 시 달러당 환율은 1380~1390원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최근 1450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가뜩이나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상황에 환율까지 폭등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내년 소비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수입처 다변화 등에 노력하고 있으며, 상황이 어서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t당 1만2565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4% 올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대적으로 국내 판매 비중이 높은 식품업체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곳보다 수입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지고 환차손을 보게 된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20% 수준이지만, 2028년까지 45%로 늘릴 방침이다.
농심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 새로운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을 미루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등 현지 투자를 늘린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달러 부채가 늘어나면 상환 부담이 커지고, 현금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장부 숫자 역시 바뀌는 만큼 추가 대응책을 고려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 간담회에서는 내년도 가장 큰 리스크로 원화가치 하락을 꼽고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 및 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콘퍼런스콜을 열여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은행은 자기자본의 50%, 외국은행 지점은 250% 한도가 설정됐는데 각각 75%, 375%로 높이는 것이다.
이번 한도 상향은 2020년 3월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통상 은행은 선물환을 사들이면 현물환은 파는 식으로 위험을 관리하므로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2010년 선물환 거래가 은행의 단기외채를 급격히 늘리거나 환율 변동성을 키운다는 이유로 한도 규제를 설정했는데 이를 완화한 것이다.
외화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기업들이 국내 사용을 위해 외화를 대출해 원화로 바꾸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을 구하기 위한 목적에서만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