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약세에 조용히 웃는 환노출ETF
원화값 약세에 조용히 웃는 환노출ETF
올해 원화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자본시장에서 환율에 따른 투자 성과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은 환헤지 여부에 따라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원화표시 가격과 달러표시 가격 간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원화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이더리움이 원화 기준으로만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은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39.93% 상승했다.
비슷한 상품인 ‘RISE 미국나스닥100’도 39.95% 올랐다.
반면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 효과를 없앤 환헤지형 상품인 ‘KODEX 미국나스닥100(H)’은 21.67% 오르는 데 그쳤다.
‘KOSEF 미국나스닥100(H)’도 22.50% 상승했다.
ETF 명칭 끝에 ‘(H)’가 붙어 있다면 환헤지, 해당 표시가 없거나 ‘(UH)’가 있으면 환노출 상품이다.
해외 투자형 ETF는 원화로 납입된 투자금을 대상국 통화로 환전해 주식·채권 자산 등을 매수한다.
이후 환매하는 과정에서 환전을 해야 하는 만큼 환율 변화 시 손익이 날 수 있다.
환헤지는 이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사전 약정한 환율로 매매하는 선물환 계약이다.
S&P500에 투자하는 ‘ACE 미국 S&P500’도 같은 기간 38.73% 올랐지만 ‘PLUS 미국 S&P500(H)’은 21.7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환노출 상품이 환헤지 상품보다 2배가량 더 오른 셈이다.
이는 올해 원화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1294원대였던 달러당 원화값은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145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화값은 특히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이달에만 4%가량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연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맞물린 강달러 이후 달러
지수의 순환적 하락을 전망하며, 적어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스탠스는 지금보다도 더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당분간 금리를 계속 내릴 수밖에 없는 다른 국가들과 정책 격차는 더 벌어지면서 달러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원화값 급락에 가상자산 시장을 활용해 달러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급증했다.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테더’의 직전 24시간
거래대금이 약 7700억원 규모로 가장 많았다. 이는 빗썸 전체 거래량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대한 우려로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한 주간 5%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비교해 매우 안정적인 것도 장점이다.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원화표시 가격과 달러표시 가격 간 격차로 착시현상도 나타났다.
이더리움은 지난 17일 국내에서만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글로벌 가격은 최고가 대비 18%가량 낮았다. 이는 달러당 1187원 수준이었던 원화값이 22% 정도 급락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