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형 유방증이라더니 알고보니 가짜 환자
여성형 유방증이라더니 알고보니 가짜 환자
여성형 유방증 등의 허위수술 기록을 바탕으로 보험금 21억원을 편취한 조직형 보험사기 일당이 금융·수사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조직폭력배가 만든 기업형 브로커 조직은 병원에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를 물어다줬고, 병원은 260여명의 가짜환자에게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보험금을 지급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까지 동원돼 허위 보험금 청구를 대행해주기도 했다.
28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보험금 21억원을 편취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다”며 “서울경찰청은 기업형 브로커와 병원
가짜환자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올해 1월 금감원과 경찰청이 조직형 보험사기를 척결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나온 첫 성과다.
금융·수사당국에 따르면 30대 초반으로 조직폭력배 일원인 A는 기업형 브로커 조직을 설립한 뒤 보험사기 총책으로 범죄를 기획했다.
해당 조직은 10여명의 메인 브로커를 두고 그 아래에 다수의 모집책을 두고 활동을 전개했다.
대다수의 조직원들은 20대와 30대로 구성돼 있고, 점조직 형태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특히 해당 조직의 대표 B는 보험사기 공모병원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실손보험이 있는 가짜환자 모집을 주도했다.
일부 조직폭력배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가짜환자 가슴 부분에 수술 흔적을 가장한 상처 자국을 내거나
병원에서 발급해 준 다른 사람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기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초대형 GA소속 보험설계사 C는 해당 조직이 모집한 가짜환자에게 보험상품 보장내역 분석을 통해 추가로 보험에 가입시키고, 허위 보험금 청구를 대행해주기도 했다.
심지어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요령을 매뉴얼로 작성해 배포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병원 역시 한통속이었다. 의료진 D와 E는 텔레그램으로 가짜환자 명단을 브로커들과 공유하며 허위 수술기록을 발급하고, 매월 실적에 따라 브로커들과 수수료를 정산했다.
수술을 하지 않아 남은 프로포폴 등 마약성 마취제는 일부 의료진이 직접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2279개의 마취 앰플이 개당 35만원~5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병원과 브로커 조직의 활동으로 모인 가짜환자들만 26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입원실에서 단순히 채혈만하고, 6시간 동안 머물다가 허위 진료 기록을 받아 퇴원한 뒤 1인당 평균 8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만 21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통상 6시간 이상 병실에 머무르면 통원이 아닌 입원으로 인정돼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처럼 브로커와 병·의원이 연계된 조직형 보험사기가 활개를 치면서 실손보험의 누수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의 적자는 전년대비 28.7% 급증한 1조 97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 1164억원, 적발 인원은 10만 952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브로커 조직이 갈수록 기업화, 대형화되면서 교모한 수법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는 추세”라며
“보험사기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대표 민생침해 금융범죄인 만큼 향후에도 금감원과 경찰청은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