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워서 어쩌나 버리는 ‘유청’ 으로 농협이 만든다
아까워서 어쩌나 버리는 ‘유청’ 으로 농협이 만든다
과일 사려니 손떨리네 추석 앞두고 껑충 뛴 농산물 가격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유청(乳淸)’을 활용한 전통주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사내벤처에서 최종 선정된 사업에 범농협 육성 지원을 더한 결과인데 해마다
수천 톤씩 폐수 처리되는 유청을 재활용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8일 매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경제지주는 이르면 내주 중 전통주 ‘심우주(心牛酒)’를 선보이고자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심우주는 과거 임금의 수라상에 올렸던 김포금쌀과 임실치즈농협의 유청으로 빚어낸 농협경제지주의 첫 막걸리다.
국산 유청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건 기존 전통주와 큰 차이점이다.
유청은 치즈나 카세인 등을 제조한 뒤 우유가 엉겨서 응고돼 남은 부산물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산 원료로 치즈 1kg를 생산할 때 부산물인 유청 10kg가 발생된다.
치즈 등을 만들 때마다 10배가량이 나오는 유청은 현재 대부분 폐수 처리되고 있다.
추가로 가공해 활용할 수는 있지만, 보관이 어렵고 이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마땅치 않아서다.
또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임가공비가 폐기 비용보다 비싼 것도 문제다.
심우주를 빚는 데 쓰이는 임실치즈의 경우 유청을 임가공할 때 ℓ당 약 400원이 들어가는데 폐기하면 ℓ당 약 300원만 내면 된다.
국산 유청 일부를 분말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수입산 유청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잘 쓰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해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2800여t(추정치)의 유청 중 대부분이 폐기된다.
농협경제지주가 팔 걷고 나선 이유는 유청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동시에 그 부가가치를 높여 낙농가 수익으로 이어지게끔 하기 위함이다.
앞서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축산경제 벤처사업 아이템 공모전을 벌인 뒤 1위를 한 ‘우주(牛酒) 사업’을 올해 본격 진행했다.
농협중앙회가 마케팅 교육과 전통주 교육 등을 제공함으로써 사내벤처 아이디어가 농가의 수익성을 개선할 실질적인 상품으로 거듭나게 됐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실천을 위해 청년양조장인 팔팔양조장과 공동개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심우주를 판매할 계획이다.
추후에는 농협 인터넷쇼핑몰 농협몰과 하나로마트를 통해 공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막걸리 외 증류주(고도수) 생산도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최근 2030 세대가 전통주 탐색과 구매에 관심을 두는 만큼 심우주 역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점쳐진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전체 주류시장의 규모가 4.3% 감소할 때 전통주 시장은 138.8% 성장했다.
특히 막걸리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또 지역의 특색을 담은 제품이나 특산물을 소비하는 ‘로코노미(Loconomy)’, 신념이나 가치관을 반영한 소비문화
‘미닝아웃(Meaning Out)’이 대세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도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경제지주는 심우주 생산에 필요한 프리미엄 유청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공급망을 단독 구축했다.
양조장 컨택이나 개발 과정 등을 고려하면 경쟁업체 진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내달 개최되는 임실치즈축제에서도 심우주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이번 심우주 신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유청 등 농축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우주는 750㎖ 용량에 알코올 도수 6도 막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