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얼어붙었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경기부진 등으로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국내 투자액이 5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1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스타트업 투자액은 3816억원으로 전월(8368억원) 대비 55.7% 급감했다.
올해 스타트업 투자액이 5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동기(6285억원)와 비교해도 39.2% 감소했다.
기업별 투자 현황을 보면 500억대 이상의 중대형 투자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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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가장 높은 금액의 투자를 유치한 곳은 3D 라이다(LiDAR)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서울로보틱스로 35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9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두나무를 비롯해 100억원 이상 투자가 29건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8건에 불과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투자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자 사내 분위기마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치솟던 IT 개발자 몸값이 주춤하고 있고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 때까지 아예 채용을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는 홍보 조직을 없애고 마케팅부서가 해당 업무를 대신하는 등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 움직임도 보인다. 스타트업 A사 관계자는 “최근 책임자급 임원인
C 레벨 두 명이 이직해 회사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면서 “인력 충원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계에서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이나 C 레벨급 임원의 인사이동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기업과 인력의 ‘불황형 합종연횡’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통계를 보면 올해
3분기 국내 M&A는 46건으로 집계됐다. 1분기 16건, 2분기 36건 등 갈수록 M&A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엔 스타트업 간 인수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여행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마이리얼트립이 지난달 26일 스타트립을 인수한 게 대표적 예다.
스타트립은 ‘K콘텐츠’ 관련 여행지 정보 제공·예약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3월에도 키즈 여행 플랫폼 ‘동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이와트립을 인수하기도 했다.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VC관계자는 “돈이 없는 기업이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자회사 등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반대로 현금 자산이 풍부한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매물을
저가 매수 할 기회가 되는 셈이어서 최근 M&A 시장에서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 위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존 투자시장 활황기에 높은 관심을 받았던
바이오나 플랫폼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유통 관련 기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면서 “성장세가 다소 더디더라도 돈이 소요되는
속도가 크지 않은 로우테크 산업이 하이테크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은 이후 1~2년 뒤를 투자 회복기로 보는데
아직 금리 인상 기조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시점에서 2~3년은 지나야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