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보다 싸게 산다는데 평생 소원 위해 경매장 달려가는 무주택자
급매보다 싸게 산다는데 평생 소원 위해 경매장 달려가는 무주택자
최근 지방 경매법정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잘만 받으면 급매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무주택자들이 경매 입찰장에 모여들고 있어서다.
5년 안팎 준(準)신축 아파트 입찰에는 두 자릿수 경쟁률까지 치솟고 있다.
1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총 2933건으로, 전월(2933건)보다 19.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11월(3593건)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업계는 고금리, 시장 침체 여파로 전국에 아파트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입찰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지방 무주택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5년 안팎 준신축 아파트의 경우 시세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응찰자가 늘면서 지방 아파트 낙찰가율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강원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2.7%로, 한 달 전(74.5%)보다 8.2% 포인트 상승했다.
전북(84.7%→91.6%, 6.9% 포인트), 광주(81.3→82.7%, 1.4% 포인트), 울산(85.8%→87.1%, 1.3% 포인트) 등 다른 지역도 반등했다.
이례로 올해 입주 4년 차인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효천대방노블랜드에코파크 전용 84㎡(34평·13층)는 지난달 28일 5억 7212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최초 감정가(5억9400만원)의 96% 가격으로, 해당 물건에만 총 17명이 몰렸다.
현재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 6억5000만원(중층 이상)에 나와있는 것으로 감안할 때 시세 대비 약 12%(7800만 원) 저렴한 금액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방권 아파트를 낙찰받았다며 문자로 사건번호를 보내는 분들이 늘었다”면서
“현재 2금융권을 통하면 4%대 중반 금리로, 감정가 대비 70%, 낙찰가 대비 90% 중 낮은 가격에 방빼기(방공제) 없이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94.3%)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97.0%를 기록했다.
낙찰가율 100%를 넘긴 고가낙찰 건수들이 전체 낙찰가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서울에서 진행된 고가낙찰 48건 중 24건이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나왔다.
낙찰가율 상위 10위권에는 강남3구 아파트가 8건을 차지했다.
강남구의 평균 낙찰가율이 107.5%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가 107.3%, 송파구가 101.3%였다.
각종 경매지표가 상승을 기록한 이면에는 고금리를 못버티고 경매로 넘어온 매물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 부동산 침체기에도 건재하던 서울 아파트의 경매 건수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도 매수 수요가 쪼그라들며 그간 시장을 지배해 온 ‘서울 불패론’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한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유찰이 여러 번 되는 물건이 주로 보이는 노원 등의 지역은 ‘영끌족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빚을 많이 내 무리해서
아파트 매수에 나선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됐던 곳”이라면서 “지난 1년 동안 매매시장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하락했다.
노후화가 진행된 단지가 많고 ‘영끌족’인 집주인도 자금 여유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호황기에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아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한 ‘영끌족’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경매로 넘어간 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3분기부터 본격화한 금리 인상과 급격한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해
이들의 채무 부담은 더는 견디기 힘들만큼 커진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늘어난 부채와 불경기 상황으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으며 주택담보 대출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지난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시행과 은행권의 대출한도 제한 등의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인해 거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