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면 돈 풀린다는데 경기는 더 나빠진다?
금리 내리면 돈 풀린다는데 경기는 더 나빠진다?
1990년대 미국 경제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시기를 경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런 시기를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가장 이상적으로 통화 정책이 집행된 시기로 꼽힌다.
1995년 6월 미국 경제는 연6%인 기준금리를 연5.75%로 0.25%포인트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의 시동을 건다.
이후 1997년 1월까지 약1년6개월간 금리를 연5.25%까지 계속 낮췄다.
그러다 다시 금리를 올렸다. 이후 2000년 5월까지 연4.75%에서 연6%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내리면서 경기를 조절했다.
당시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연2%에서 4.8% 사이를 오르내렸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에서 3%사이를 기록했다.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은 시기다.
기준금리 정책도 인상과 인하를 탄력적으로 집행하면서 경기흐름을 이끌었다.
경제학 교과서 적인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를 과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한 시기로 기록된다.
2000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내리던 시기는 총 3번 있었다.
첫 번째가 닷컴버블이 꺼질 때인 2000년 12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약 40개월의 기간이다.
1990년대 인터넷의 보급 확산으로 전 세계는 비약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신경제’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당시 경기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붐’은 경제 버블을 만들었다.
2000년 들어 정보기술(IT)버블이 꺼지면서 경제는 급속한 침체를 겪게 된다.
당시 미국금리는 연6.5%에서 1%까지 떨어졌고 성장률도 연4.1%에서 1%까지 곤두박질쳤다.
금리 인하 초기에는 소프트랜딩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하드랜딩이었다.
그 다음 시기는 2007년 8월부터 진행된 금리 인하시기다.
이때는 미국 시장에 주택버블이 생기던 때였다.
주택시장 호황으로 미국 경제는 2005년까지 3~4%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경기가 둔화되면서 미국 연준은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주택버블이 붕괴되면서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를 겪게 된다.
이때 성장률도 연2%에서 마이너스 2.6%로 곤두박질쳤다.
세 번째 금리인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관련이 있다.
2019년 기준금리를 올리던 때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파월 의장은 금리를 내리게 된다.
금리를 내린 후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겪게 되고 미국은 다시 제로금리 시대로 들어갔다.
과거 사례를 통해 보면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 확장 시기는 짧게는 9개월부터 길게는 40개월까지 이어진다.
아울러 한번 금리를 내릴 때 금리 하락의 폭도 적게는 2%포인트에서 많게는 5.5%포인트까지 계속된다.
경기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금리를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기간이 상당히 길고 인하폭도 컸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는 ‘소프트랜딩’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극심한 침체를 겪는 ‘하드랜딩’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총4번의 금리 인하 기간 중 3번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통화정책의 한계도 인식하게 됐다.
1990년대는 금리를 통해 경기를 완만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봤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금리로 경기를 조절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경기 침체를 이끌었던 충격도 다양했다. 코로나19같은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도 있었지만 닷컴버블과 주택버블은 모두 미국 내에서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