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합의 잇달아 재건축 입주 분양 속도전
공사비 합의 잇달아 재건축 입주 분양 속도전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전국의 정비사업장(재건축·재개발 등)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수용하는 서울의 정비사업장이 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금리 지속 전망이 이어지면서 조합의 금융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데다가 사업이 지연되는 만큼
입주가 기약없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과 GS건설(시공사)은 최근 공사비를 약 494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공사비는 약 4723억원이었다. 이미 분양까지 마친 이 현장은 내년 11월 입주를 시작한다.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 9일 공사비를 2203억원에서 2509억원(13.9%↑)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 안건을 오는 31일 열리는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행당7구역의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지난 1월 공사비를 2714억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조합과 결론을 짓지 못하고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사비 증액 결정으로 오는 8월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에서는 정비사업 조합이 공사비를 3.3㎡당 10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한 단지도 나왔다.
강남구 청담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30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3.3㎡당 평균 공사비를 당초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65.5% 증액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3.3㎡당 기준 리모델링 단지 역대 최고액이다.
공사비 총액은 약 982억원에서 1708억원으로 1.7배가량 치솟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6일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도 총회를 열고 3.3㎡당 공사비를 569만원에서 1300만원(128.5%↑)으로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정비사업 공사비 기준 3.3㎡당 역대 최고가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시공사)은 공사비를 3.3㎡당 139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면서 소폭 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총 공사금액은 약 576억원에서 1316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공사비 증액에 나선 배경에 대해 “공사 중단과 입주 지연으로 인한
사업 차질을 막겠다는 조합과 조합원들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이주비 대출 등에 따른
금융비용만 매월 최대 수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협의가 지연될수록 인상폭이 커진 예전 사례 경험도 조합의 공사비 인상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반 분양가를 올려 조합원 부담을 낮추면 된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편, 민간참여 공공주택 공사비도 상향 조정된다. 공사비 갈등이 끊이지 않는가운데
정부가 공공주택 공사비를 올릴 근거를 마련함데 따라 멈춰선 공사 현장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민간참여 공공주택 공사비를 인상한다.
앞서 국토부는 작년 10년 만에 PF조정위원회를 열고 공사비 인상 등으로 멈춘 사업장 조정에 나서 34건을 접수했다.
대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토지에 민간 건설사가 주택을 짓는 민간 참여 공공주택인데
계약상 물가 연동에 따라 공사비를 올린다는 규정이 없어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