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짠테크 확산 ; 최근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이른바 ‘가성비’ 좋은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위축으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소비하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족이 늘면서 불황형 소비의 하나로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가격이면 더 양이 많거나,
사은품을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체감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통계에서도 소비자들이 대용량 제품에 대한 구매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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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화장지 중 대용량 제품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지구환경에
부담이 적으면서도 대용량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용량 생리대 제품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웰크론헬스케어에 따르면 생리대인 ‘예지미인’ 중
80개 이상의 대용량 제품의 올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웰크론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출시한 대용량 제품으로
패키지 세일과 판매 행사 등이 더해지며 주요 온라인몰과 마트 등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대용량 생필품 거래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위메프가 8월27일부터 9월25일까지 대용량 생필품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별로는 치약(378%), 비누(69%), 샴푸(15%) 등 위생용품과 세제(78%), 휴지(63%)의
대용량 거래액이 급증했다. 가공식품 중에는 커피(215%), 과자(31%) 같이 오래 보관하기 좋은 상품의 대용량 판매가 늘었다.
편의점 업계도 불황형 소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대용량 제품 구성을 늘리는 추세다.
고물가에 짠테크 확산
이마트24는 올해 초 대용량 휴지와 세제 등의 구성을 늘렸다. 이에 이마트24의 지난
7~9월 대용량 생필품 매출도 전년 대비 4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예전에는 편의점이 1~2인 가구가 찾는 소용량 및 간편한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고물가가 계속되고 대용량 상품을 찾는 소비자 늘면서 대용량과 덤을 주는 기획상품 등의 구성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대용량 제품 선호 현상은 생필품을 넘어 식료품까지 확산하고 있다.
통상 채소류는 그동안 신선도를 이유로 대량구매가 많지 않았던 상품이다.
하지만 마켓컬리가 지난 7~9월 판매한 대용량 상품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4.7배 늘었는데,
특히 볶음밥, 만두 등 간편식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은 유제품, 채소류의 대용량 판매량이 2배가량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대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경기 위축 상황에서 소비 수준을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출 액수를 줄이기 위한 합리적인 소비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