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주고 누가 소주 먹나 하이볼 먹지 소맥값 눈치작전 식당가
이 돈 주고 누가 소주 먹나 하이볼 먹지 소맥값 눈치작전 식당가
“소주를 7000원 받으면 누가 먹겠어요. 다 하이볼을 먹죠.”
5년차 직장인 A씨는 소주 가격의 적정선이 어느 정도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간을 찌푸리며 이같이 말했다.
아무리 요즘 물가가 치솟고 있다고 해도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먹는데 5000원 이상 쓰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A씨는 “소맥(소주+맥주) 1만원도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소맥 1만원에 ‘감사합니다’하고 갈 것 같기도 하다”며
“식당가에서 (소비자가격이 오를 때마다) 메뉴판에 새 가격표를 자꾸 덧붙이는 것도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연중 주류 수요가 가장 많다는 연말이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눈치게임’에 들어갔다.
주류 제품의 공장 출고가가 오르면 납품가 역시 오르는 탓에 식당 소비자가격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엔 도매상들이 돌연 ‘동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등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6.95% 인상했다.
가장 수요가 많은 360㎖ 병 제품의 경우 이로써 출고가가 1166원에서 1247원으로 81원 올랐다.
맥주 역시 평균 6.8% 인상됐다.
앞서 지난달에는 오비맥주도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소주 원료인 주정과 맥주 원료인 맥아는 물론, 공병 가격과 인건비 등이 모두 올랐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주세 부담 역시 가격 인상에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주류업계에서는 오비맥주에 이어 하이트진로까지 출고가를 올리면 자연스레 도매상들의 납품가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더러는 선제적으로 납품가를 올린 도매상도 일부 있었으나, 지난 9일 변수가 생겼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동결을 결정한 것.
중앙회는 이달 8일 이사회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소주 도매가격을 당분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소주와 맥주의 공장 출고가가 모두 오르지만, 소주에 대해서는 식당 등 외식업소와 유흥업소에 납품하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맥주 납품가는 업체별로 인상 폭을 조율 중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식당가에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 관습처럼 주류 출고가가 오를 때마다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값도 올려왔는데 맥주만 올리기에도 난감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인상을 안 하자니, 인건비와 원재료비 부담으로 영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통상적으로 주류 도매업체는 출고가에 30~45% 마진(이윤)을 붙이고, 식당가에서 200~330% 마진이 한 차례 더 붙는다.
인상 전 참이슬 후레시(360㎖)를 기준으로 하면 출고가는 1166원, 도매상을 거친 뒤 식당 납품가는 1610원 안팎, 소비자가격은 5000~6000원이 되는 식이다.
식당들이 납품가보다 술값을 훨씬 많이 받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고기류나 채소류,
장류 등 각 재료의 값이 오를 때마다 주메뉴의 가격을 올릴 수 없기에 손실분을 주류 매출로 충당하는 구조여서다.
재룟값 외에도 월세, 인건비,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가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음식 장사는 대체로 이윤이 5% 남짓이다.
그것만으로는 살 수가 없어 술값으로 충당하기 시작한 게 전국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며
“술값은 자영업자들에게 곧 생존권”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물가 기조를 고려하더라도 식당가 주류 가격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대 소비자 C씨는 “국밥집에서 소맥 시키면 술값이 밥값보다 더 나올 판”이라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