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달러 1,300원대가 뉴 노멀인가
원 달러 1,300원대가 뉴 노멀인가
올해 원달러 환율은 연초 첫 거래일 서울 장중 한때를 제외하면 1,300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더욱이 4월부터는 서울 종가가 1,350원 아래에서 마감한 날도 한 손가락에 꼽는다.
4월 한때 1,400원을 찍기도 했고, 최근 1주일 동안에는 1,380원대도 심심치 않게 봤다.
미국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기 때문일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을 단지 미국의 통화정책 탓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고공 행진하는 것은 원달러 환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최근 1주일간 1,500원을 넘나들었는데, 이는 2013년 8월 이래 거의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 하반기 185원을 밑돌던 위안화도 최근 1주일간 190원을 넘나들고 있어
한 달 전의 연고점에서 멀지 않다. 5월부터 900원을 넘긴 호주 달러는 18개월만의 최고치다.
결국 최근 외국 통화가 공통적으로 비싸지고 있는 것은 원화 자체가 약세임을 의미한다.
유난히 약세인 엔화만큼이나 원화가 힘을 못쓰고 있다 보니, 그나마 엔원 환율은 변동폭이 제한됐다.
이에 비하면 유로화는 금리 인하 전망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러화만큼이나 강세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6일 마침내 첫 금리 인하에 나섰다.
미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 1년 반에 걸쳐 꽤 좁은 레인지에 갇혀 있고
올해만 해도 6월 5일 현재 연초 대비 하락폭이 고작 2%가 되지 않는다.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에 달러 대비 6% 넘게 하락했다.
한국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구조적 배경은 무엇인가.
대내외 금리차 확대와 기업의 성장성 열위, 중국 경제의 피크아웃(peak-out)을 지목할 수 있겠다.
먼저 한-미 금리 역전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양국 기준금리는 올해 변동이 없다.
하지만 시장금리는 다르다. 양국의 국채 금리는 2022년 하반기에 역전된 뒤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그 추세는 올해 2월부터 더욱 강화됐다
미국채 금리의 상대적 우위는 달러화 강세를 부른다.
더욱이 미국채 금리가 장기적 관점에서 정점을 지난 것이 아니라는 경고(JP Morgan 제이미 다이먼 회장 등)가 들려온다.
기업의 성장성 열위도 원화 약세의 배경이다.
외국인들이 코스피 주식을 대거 매입해 코스피가 오를때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글로벌 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몰려갈 때 상대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미국 증시는 질주하는데 코스피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정당화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의 피크아웃(peak out)이다. 한국 경제에 순풍으로 작용하던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으며
중국·홍콩 증시도 매력을 잃었다. 특히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을 통해 원달러 환율과
상관관계 높았던 홍콩 항셍지수가 지난 3년간 주저 앉았는데, 원화 가치의 하락과 궤를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