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상속세 4000조 묶인 돈 젊은 층에 못 흘러간다
미친 상속세 4000조 묶인 돈 젊은 층에 못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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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고령층에 묶여있는 자산이 400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고령층에 쌓이는 자산은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지만, 선진국 최고
수준인 상속·증여세율(최고세율 기준 50%)은 23년째 요지부동이이어서 부작용도 커지는 모습이다.
세대간 부(富)가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상속·증여세 장벽이 지나치게 높아 고령층 자산이 소비와
소득 재창출 능력이 왕성한 젊은층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가구별 자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60세 이상 고령층 순자산은
올해 3856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198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전체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2162조원)보다 1.8배 많은 자산이 고령층에 고여 있다는 얘기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연령대별 자산 추이를 보면 고령층에 자산이 축적되는 속도가 부쩍 빨라졌음을 알 수 있다.
최근 12년간 2030세대가 보유한 순자산 비중은 15.6%에서 11.3%로 줄었다.
경제 주축인 4050세대 자산 비중도 57.0%에서 46.4%로 더 빠르게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자산은 28.0%에서 42.4%로 껑충 뛰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자산이 고령층에 묶여 있는데 세대간 자산 이전 물꼬를 틀 수 있는 상속·증여세율은 20년 넘게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높아진 후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고령층 자산이 생산적인 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을 가로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고령층에 급속도로 쌓이고 있는 부를 젊은층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세제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상속세제 개편 이후 20년 넘는 기간 동안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급속한 고령화로 60대 이상 연령층에 전체 사회 부가 몰리게 되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은 늘었는데 23년 전 상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며 국민 전체적인 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것도 문제다.
2000년 1377만원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4249만원으로 3배 뛰었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며 상속재산 역시 3조4134억원에서 56조4037억원으로 급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예전에는 부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도 상속세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세제 장벽은 기업 경영권마저 위협한다.
고령화에 기업 경영자가 늙어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지만 높은 세 부담이 가업 승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30.7%에 달한다.
하지만 가업 상속분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빼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부실하다.
지난해 정부는 세법을 고쳐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 기준을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까지 확대하려 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5000억원 미만으로 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지난 21일 국회는 가업승계 때 저율 증여세율(10%)을 적용하는 재산가액을 6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리는 세법을 통과시켰지만,
당초 정부가 300억원까지 저율 과세를 추진하려고 했던데 비하면 기준 금액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