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푸는 큰손 연기금 비트코인 머니게임 꼬리표 뗀다
몸 푸는 큰손 연기금 비트코인 머니게임 꼬리표 뗀다
해외부동산 손실 폭탄? 개인 투자 2조원이라는데 내 상품도 물렸나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하는 가상화폐 시장의 질이 달라졌다.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것이 촉매제로 작용했다.
승인 이후 보름간은 상장 재료 실현에 따른 단기 매도와 장기 투자자의 차익 실현이 겹쳐 비트코인 가격이 약 15%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기관들의 지속적인 순매수 유입으로 7000만원까지 올라 27개월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1억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가상자산 유통 시장은 연중무휴로 24시간 동안 거래돼 투자 편의성이 높지만 적정 규제나 투자자 보호가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ETF 승인으로 장내 거래 시장 비중이 높아지면서 점차 주류 투자 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의 많은 비중이 주식 시장과 동일한 시간대에 거래되는 것이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TF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장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변수와 비트코인 가격 간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는 거시경제 지표에 비트코인 가격이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지수(CPI),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같은 고용지표에 눈에 띄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미국 1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자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간에 2% 하락했다.
미국 물가가 오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밀리고, 이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달러 외 위험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한다. 금 같은 안전자산은 물론 위험자산으로
평가되는 신흥국 주식이나 채권 등도 이런 달러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비트코인도 이 같은 자산과 함께 거시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자산으로 평가받을지 주목된다.
실제 지난 1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발표되면서 고용이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비트코인 값이 1% 정도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변화는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의 유입이다.
존 파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디지털 부문 대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의 가장 큰
효과로 연기금과 전문 투자자문사가 운영하는 펀드에 투자 물꼬를 터준 것을 꼽았다.
개인투자자가 대다수여서 조그만 이슈에도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가상자산 시장에 장기 성향의
안정적인 투자 자금이 들어오면 기초 체력이 탄탄해지면서 변동성이 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로 ETF를 통한 비트코인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인 크립토퀀트는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이 이달 5만달러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신규 투자액의 약 70%가 ETF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체 ETF의 운용 자산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달 출시된 전체 ETF 총액의 83%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질의 변화가 규모의 확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반감기 도래 시 신고가 경신도 가능
ETF가 승인되고 10개 ETF가 상장된 지 40여 일간 거래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는 순유입 7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피델리티 등 다른 9개 ETF는 순유입 9조2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신탁에서 ETF로 전환된 그레이스케일의 GBTC에서는 같은 기간 10조원에 가까운 순매도가 나왔지만 이를 수용하고도 남는 규모다.
해당 기간에 ETF를 통해 6조8000억원 이상의 순매수가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대규모 매수세로 비트코인 가격은 27개월 만에 7000만원을 넘었다.
2022년 테라의 몰락과 FTX 파산이라는 이중고로 비트코인이 2000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불어닥친 가상자산 빙하기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최고가인 5500만원대보다 27% 이상 상승한 가격대다.
특히 4월 예정된 반감기로 기존 최고가인 8200만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ETF로 코인 투자에 대한 기관 수요가 유입될 경로가 마련된 만큼 공급을 제한하는 반감기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가상자산 리서치 총괄은 비트코인이 올해 말까지 1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 배경에는 ETF를 통한 연기금 수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1억원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