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항마가 필요해 … 티빙+웨이브 합치면 될까?
넷플릭스 대항마가 필요해 … 티빙+웨이브 합치면 될까?
딱 103시간 걸렸다 스레드 1억명 가입에, 열받은 머스크 도발
‘넷플릭스 대항마’
모든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꿈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격차는 아직 크다.
세계 OTT 시장 1위,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는 여전히 2위 티빙의 두배 정도다.
OTT 사용자의 대다수는 넷플릭스를 기본으로 2~4위 OTT의 프로모션 정책을 활용해 구독과 해지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따라붙던 쿠팡플레이, 지상파 콘텐트를 쥐고 있는 웨이브도 정체기에 돌입했다.
지식재산(IP)이 풍성한 디즈니플러스(디즈니+)조차 전혀 맥을 못 춘다.
이때문에 콘텐트 업황 둔화에 근거를 둔 투자은행(IB)발 ‘토종 OTT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재부상하고 있다.
본업인 쇼핑 멤버십 유지 성격이 짙은 쿠팡플레이를 제외한 CJ ENM의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를 합해 넷플릭스만큼 몸집을 키우는 방안이다.
합병 비율이나 방법, 시점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양사 모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OTT 업계 관계자는 “하자는 제안만 오갔을 뿐 조건이나 방식에 대해선 얘기된 게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토종 OTT의 체급을 키워야 승산이 있다는 말은 지난 2020년부터 반복돼 왔다.
세계 시장에서의 지배력으로 콘텐트 확보 경쟁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넷플릭스에 맞설 전략으로 규모의 경제를 답으로 제시한다.
양사 통합으로 제작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두 토종 OTT의 월 사용자를 단순 합산하면 약 900만명으로 월 1000만명을 웃도는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줄어든다.
문제는 각사의 현실이 드러난 것보다 훨씬 복잡해 결합 성사까지 난관이 산재해있다는 점이다. 합병 시나리오에 대한 회의론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합병의 명분은 토종 OTT의 부진이다. 티빙과 웨이브 모두 매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콘텐트 제작 비용이 늘면서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티빙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어난 2476억원이었다. 이 기간 영업손실도 전년보다 56% 증가한 1192억원을 기록했다.
콘텐트 판권 상각에 따른 무형자산상각비(1404억원)와 콘텐트사용원가(1169억원)가 각각 전년 대비 127%, 65% 증가했다.
웨이브도 비상이다. 지난해 매출이 27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느는데 그치고 영업손실은 1217억원으로 전년의 2배로 불어났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총 1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기업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519%로 높은 편이다.
2024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조달한 투자금의 상환기한도 곧 돌아온다.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은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다. 티빙과 웨이브 모두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웨이브는 2019년 9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ㆍMBCㆍSBS)가 합작해 만든 OTT 선발주자다. 지상파 3사의 콘텐트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동안 1위 통신사업자를 통해 세를 넓혀왔다. 하지만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트가 빛을 보지 못하면서 뒤쳐지고 있다.
계속되는 시행착오는 콘텐트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충성도 높은 사용자 확보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상파 채널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상당한 투자가 진행된 플랫폼을 포기하는 결정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합병 OTT에서 어느 정도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20년 10월 독립법인으로 분리된 티빙은 CJ ENM을 대주주로, 콘텐트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니와 JTBC의 스튜디오 SLL, 웹툰·웹소설 활용 가능성을 보고 합류한 네이버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위 사업자인 KT 그룹의 OTT 시즌을 흡수합병하면서 시장의 약 18%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 스튜디오 지니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출을 늘리는 중이다.
티빙 역시 각각 다른 목표로 OTT 사업에 참여한 주주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